고찰 및 결론
횡단 척수염은 척수에 생기는 국소적인 염증성 질환으로 병변 척수 분절 이하의 운동장애, 감각장애 및 자율신경계 이상 등 척수 신경로의 다양한 증상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 으로 매년 100만 명 중에 1.34~4.6명이 발병하며 모든 연 령층에서 발생하나 10~19세, 30~39세의 연령에서 가장 흔히 발생하며, 성별이나 가족력 혹은 인종에 따른 차이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
2,4).
횡단성 척수염의 발생기전 및 원인에 관해서는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고 바이러스 감염, 폐렴 미코플 라즈마, 주혈흡충증, 백신 접종, 전신성 홍반성 낭창, 쇼그 렌 증후군, 혼합결합조직병, 다발성 경화증 등과 그 연관성 이 보고되어 있으나 10–45 %까지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특 발성으로 발생을 하며
2), 특발성 횡단성 척수염에 대한 진 단 기준은 2002년 transverse myelitis consortium work- ing group(TMCWG)에 의해 제시된 것이 있다(
Appendix)
1).
임상소견은 선행감염이 있으면 1~3주 후 신경학적 증상 이 나타나는데 거의 모든 환자에서 운동신경마비, 감각마 비, 자율신경마비가 나타나며, 요통 및 방사통도 나타날 수 있다. 운동신경마비의 정도는 1/3에서는 경도 내지 중등 도, 2/3에서는 중증의 마비를 보인다. 주로 하지마비가 나 타나지만, 상해성 혹은 하행성으로 마비가 나타나기도 한 다. 급성기에 심부 건반사는 감소되어 있고, 발병 2주경 이 완성 마비가 경직성 마비 형태로 변하고, 심부 건반사는 증 가하고 병적 반사도 나타나게 된다. 감각마비는 주로 통각, 온도각, 가벼운 촉각 상실이 나타나며, 위치각 및 진동각은 주로 보존된다. 감각 결손 수준은 흉추, 경추, 요추 수준 순의 빈도를 보인다. 자율신경장애는 대부분 나타나며 방 광팽만, 요실금, 변비, 배변실금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
6).
횡단성 척수염의 진단에는 척수의 염증을 증명하는 것이 필요한데 척수 MRI와 뇌척수액 검사로 가능하다. 척수 MRI는 척수강 조영술과 같은 기존의 방사선검사보다 척수 병변을 비침습적이면서도 민감하게 볼 수 있는 촬영법으로 횡단척수염의 진단에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횡단척수 염의 MRI 소견은 T1 강조영상에서 척수부종의 소견과 저 신호 또는 등신호 강도를 나타내고 T2 강조영상에서는 고 신호 강도를 나타내는 것이 특징적인 소견으로 이는 병리 학적으로 광범위한 염증과 탈수초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여 겨진다
4).
예후는 완전히 회복하여 후유증을 남기지 않는 것에서부 터 방광 직장장애를 동반한 사지의 완전마비를 나타내는 중증 장애까지 다양하다. 성인에서보다 소아에서 예후가 더 좋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, 환자의 대부분은 발병 4주 에서 3개월 사이에 회복되고, 3개월 이내에 기능회복의 기 미가 없으면 이후로도 회복의 기미가 없다고 하지만, 드물 게는 18개월 후 회복된 사례도 있다고 한다
12). 대체로 1/3은 완전히 회복하거나 경미한 후유증이 남고, 1/3은 중등도의 후유증이 남고, 1/3은 심각한 장애가 남는 예후를 보인다
2). 특발성 횡단성 척수염은 단상성으로만 일어나는 것으로 알 려져 있었고, 횡단성 척수염의 재발은 감염이나 자가 면역 질환과 관련되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, 지금 은 특발성 횡단성 척수염에도 많게는 25%의 환자에게서 재 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
1).
양방학적 치료는 현재 대증적 치료가 주된 것으로 스테 로이드, cyclophosphamide, methotrexate, 혈장교환 등 이 사용되는데 대개 스테로이드 정주 및 경구 투여를 기본 으로 한다. 횡단척수염에 대한 methylprednisolone의 기 전은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항염증, 면역 억제의 효과가 있어서 T 림프구의 면역 반응을 억제하고 병의 진 행을 억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
4).
횡단성 척수염은 한의학적으로 감각장애와 운동소실이 나타나 운동소실에 중점을 두어 痿證으로 변증하거나, 감 각장애나 통증에 중점을 두어 痺證으로 변증하기도 한다. 痿證은 肢體筋脈弛緩, 軟弱無力, 手不能握物, 足不能任身, 久 則肌肉萎縮, 不能隨意運動 등의 증상을 가리키는 것으로 심 하면 癱瘓에까지 이르는 병증을 말하는데
5), 역대의 痿證은 弱而不用하면서 不痛이라고 하여 통증의 유무로 痺證과 구 분하나 후대로 오면서 痿證에도 통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때는 반드시 火ㆍ痰ㆍ濕ㆍ瘀 등을 끼고 있다고 하여 痺證 과 유사하게 통증과 麻木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하였다
7). 이 에 따라 본 증례의 환자는 右下肢의 운동소실이 주된 호소 였으며 실제적인 motor grade의 저하도 심하였고, 兩下肢 의 感覺低下는 있었으나 환자가 느끼는 불편은 운동소실에 비해 적었던 관계로 운동소실의 회복에 중점을 두어 痿證 으로 변증하여 치료하였다.
痿에 관한 내용이 최초로 記載되어 있는 곳은 ≪黃帝內經ㆍ 素問ㆍ痿論篇≫으로 “五臟肺熱葉焦 發爲 痿躄”이라 하여 痿 證의 原因을 肺熱로 보았으며 “夫五臟皆有爲與肺熱爲皮毛痿 心熱爲脈痿 肝熱爲筋痿 脾熱爲肉痿 腎熱爲骨痿”라 하여 五臟 에 따른 五痿로 분류하여 설명하였다. 이후 諸家에서 이를 추종하였으며 火熱之邪로 인해 肺津이 灼傷되는 것을 주원 인으로 보았다. 이는 횡단성 척수염에서 초기에 나타날 수 있는 선행감염에 의한 증상으로 볼 수 있으며 溫病의 범주 로 보기도 한다
5). 誘引으로는 外氣의 영향, 情志의 失調, 攝 食不良, 攝生不良, 外傷 등으로 대별할 수 있고 病因病耭는 熱傷肺津, 濕熱浸淫, 脾胃損傷, 肝腎虧虛, 瘀血阻絡 등으로 인식할 수 있는데, 丹溪 이후로 濕熱, 濕痰, 氣虛, 血虛, 陰 虛, 死血, 食積 등으로 구분되는 경향이 있었으며, 張景岳에 이르러 元氣虛弱에 의한 원인도 있음을 지적하였고 脾胃肝 腎을 장부관계상 중요한 작용을 하는 것으로 보았다
7).
治法으로는 ≪黃帝內經≫에서는 獨取陽明을 위주로 하여 脾胃의 調理에 중점을 두고 後天을 補益하고 陽明濕熱을 淸 化하는 것이 중요하고 滋陰淸熱함으로써 肺熱을 除하고 肝 腎을 補하며 胃를 實하게 한다고 하였다. 이와 함께 그 원인 에 따라 淸熱潤燥, 淸利濕熱, 益氣健脾, 補益肝腎, 益氣活血 등의 치법을 적절히 응용한다
7). 辨證施治로는 肺熱傷津에 甘寒淸上 淸熱潤燥, 肝腎虧虛에 滋陰淸熱 補益肝腎, 脾胃虛弱 에 健脾益氣 濡養胃陰, 濕熱浸淫에 淸熱化濕, 瘀阻脈絡에 益 氣養營 活血行瘀 시키는 치법을 사용한다
13).
본 증례의 환자는 52세의 남성으로 右下肢無力, 腰部以下 感覺低下, 小便不利의 증상이 악화되어 서울소재병원에서 transverse myelitis, relapsing 진단을 받고 입원 및 통원 치료로 steroid 치료 및 보존적 치료 받던 중 별다른 호전 이 없어 적극적인 한방치료를 위해 본원에 입원하였다. 환 자는 右下肢無力, 腰部 이하 感覺低下, 小便不利 증상과 더불 어 身體困重, 兩下肢微腫하였고 面色 微紅, 脈滑數, 舌苔黃膩 하였다. 증상을 종합해 볼 때 본 환자는 濕濁이 下肢에 유입 하여 經絡氣血의 운행이 막혀 있고 濕邪로 인하여 內熱까지 발생한 것으로 보아 痿證 중에서 濕熱浸淫으로 변증하였다.
침치료는 ≪黃帝內經≫의 “治痿獨取陽明”과 淸熱化濕을 치료하는 관점에서 手足陽明經穴의 曲池(LI
11)ㆍ合谷(LI
4)ㆍ 梁丘(ST
34)ㆍ足三里(ST
36)ㆍ解谿(ST
41)와 陽明經과 表裏關係 인 太陰經의 經穴인 尺澤(LU5)ㆍ陰陵泉(SP
9)ㆍ三陰交(SP
6) 와 肝兪(BL
18)ㆍ膽兪(BL
19)ㆍ脾兪(BL
20)ㆍ胃兪(BL
21)ㆍ三焦 兪(BL
22), 腰部의 夾脊穴 등의 天應穴을 위주로 취혈하였다. 뜸치료는 1일 1회 和胃氣 化濕滯 理中焦의 효능이 있는 中脘 穴(CV
12)과 補益元氣 分淸別濁의 효능이 있는 關元穴(CV
14) 에 왕뜸을 시행하였다. 藥鍼療法은 Choi et al
6)이 횡단성 척 수염 환자에게 사용하여 우수한 효과를 얻었는데, 이에 따 라 소염진통작용과 면역계 조절작용을 하는 봉약침과 조직 재생을 촉진시키는 자하거약침을 2일에 1회 번갈아 시행하 였다.
약물치료로는 ≪東醫寶鑑 ․ 足門≫에 濕熱痿弱을 치료하 도록 수록된 처방으로 “治氣血兩虛 兩足痿軟 不能行動”의 효 능이 있는 滋血養筋湯과 “治濕熱 兩脚痿軟無力”의 효능이 있 는 加味四物湯 위주로 사용하였고
14), 小便不利의 증상을 개 선하기 위해 加味四物湯에는 五苓散을 合方하여 사용하였 다. 檳蒼散加味는 환자의 양측 하지 浮腫이 증가하여서 사 용하였고, 實脾飮은 환자에게 양측 하지 浮腫과 더불어 식 욕저하, 설사 증상이 발생하여 사용하였다.
치료에 대한 호전도를 평가하기 위해 우측하지의 Motor grade와 고관절, 슬관절, 발목관절의 능동적 ROM을 측정 하였고 腰部 이하의 감각저하와 小便不利 증상은 문진을 통 하여 그 호전도를 파악하였다. 환자는 입원 당시 motor grade I~II에서 퇴원시 grade IV까지 호전되었고, 고관 절, 슬관절, 발목관절의 능동적 ROM은 각각 0°, 0°, 0°에 서 80°, 100°, 20°까지 증가하였다. 腰部 이하의 감각저하 는 5/10에서 7/10까지 호전되었으며 소변의 잔뇨감은 30 % 이상 경감되었으며 야뇨 횟수는 하루 평균 2~3회에서 1~2회 로 1회 정도 경감되었다.
본 증례는 양방 약물치료에 의한 치료 반응의 영향을 완 전히 배제하지는 못하였으며, 단지 1례만을 시행했다는 점 과 퇴원 이후 지속적인 치료와 관찰이 이루어지지 못한 한 계가 있다. 그러나 재발성 횡단성 척수염에 대한 한방치료 증례가 없는 가운데, 4개월간의 양방치료를 받았지만 호전 이 미비하였던 환자를 痿證으로 변증하여 한방치료를 시행 해서 유효한 효과를 거두었다는데 의의를 둘 수 있겠다. 추 후 양방치료를 배제한 한방치료만을 시행한 연구들이 이루 어져야 할 필요가 있겠으나, 질환의 특성상 양방치료를 중 단하고 한방치료만을 시행하는 데 분명 어려움이 있으며, 한ㆍ양방 병행치료와 양방치료만 시행하였을 때의 치료효 과 비교연구도 이루어질 필요가 있겠다. 향후 더 많은 증례 와 한의학적 임상경험의 축적이 필요하리라 사료된다.